관세청장은 국세청장처럼 인사청문회를 거치진 않지만, 차관급 기관장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 모두 기획재정부 소속기관이지만, 청장에 대한 인사 패턴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 국세청장은 내부 출신이 75%에 달하지만, 관세청장은 기획재정부 소속 고위공무원들이 88%를 점령하고 있다. 200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에서 임명된 윤진식 전(前) 청장을 비롯해 백운찬 현(現) 청장까지 8명 가운데 7명이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 출신이다.
2005년 관세청 차장에서 내부 승진한 성윤갑 전(前) 청장을 제외하면, 관세공무원이 최고 직위에 오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최근에는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으로 인사 패턴이 고정된 모습이다.
◇ 4연속 세제실장→관세청장
기재부 1급인 세제실장들은 후임 관세청장을 논할 때 '1순위'로 꼽힌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관세청장이었던 허용석 전(前) 청장에 이어 현재까지 4명이 모두 세제실장 출신이다.
2002년 이용섭 전(前) 청장도 세제실장에서 자리를 옮겼고, 2000년대 이전에도 강만수 전(前)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진 전(前) 과학기술처 장관이 세제실장에 이어 관세청장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관세청장의 재임기간은 평균 20.4개월로 국세청장(18.6개월)보다 더 길었다. 참여정부 시절 성윤갑 전(前) 청장이 34개월을 근무했고, 김용덕(26개월)·허용석(24개월)·주영섭(20개월) 전(前) 청장도 관세행정을 진득하게 이끌었다.
기재부 출신들이 청장을 맡다보니, 관세 분야의 경험이나 전문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백운찬 청장(2008년 기재부 관세정책관)과 관세청 출신의 성윤갑 전 청장을 제외한 6명의 전직 관세청장들은 관세 근무 경력이 없었다.
◇ 김낙회 '유력'…천홍욱 '다크호스'
2000년 이후 관세청장의 평균 근무기간과 전임자의 임기(20개월)를 감안하면, 지난해 3월 부임한 백운찬 청장은 올해 연말까지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다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상황이고, 지방선거를 전후해 대규모 개각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라는 점에서 물갈이의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4연속 관세청장을 배출한 기재부의 김낙회 세제실장이다. 그는 기재부에서 조세정책과장에 이어 조세정책관, 조세심판원장을 지내는 등 백운찬 청장의 이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기재부뿐만 아니라 관세청 내에서도 차기 청장으로 '1순위'에 꼽는다.
김 실장과 행시 동기(27회)인 천홍욱 관세청 차장은 기재부 출신이 청장 자리를 독식하는 관행을 깨뜨릴 경쟁자로 떠오른다. 관세청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었고, 관세행정에 대한 이해와 추진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관세청 내부 출신 중에서는 청장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신 지역은 김 실장이 충북 괴산, 천 차장은 경북 문경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과 내부 인사의 맞대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지역 문제도 변수가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후임 청장 인사에서 우열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