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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의 전쟁]①방위산업 비리 '정조준'

  • 2014.11.21(금) 08:44

납품단가 부풀리기로 국방·재정에 '직격탄'
대규모 합동수사단 출범..MB 실세 연루 주목

이번엔 무기와의 전쟁이다. 방위산업의 고질적인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정부 연합군이 칼을 빼 들었다. 국민의 혈세가 더 이상 탐관오리와 로비스트의 뒷주머니로 흘러가선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주로 함량 미달의 무기를 들여오거나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금품과 향응이 오고 간다. 국가 재정뿐만 아니라 안보를 위협하는 치명적 범죄 행위다. 방위산업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뿌리가 과연 어디까지 닿아있을지 미리 파헤쳐본다. [편집자]

 

 

휴전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국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정부가 매년 국방예산을 늘려 잡는 이유도 전쟁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국방예산은 줄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올해 3년 연속 세수 마이너스가 유력할 정도로 나라 살림이 빠듯하지만, 내년 국방 예산은 37조원으로 올해보다 5% 증가한다.

 

그런데 국방예산을 '눈먼 돈'으로  치부하고 사리사욕에 악용하는 무리들이 있다. 100억원짜리 무기를 사오면서 국가에는 200억원을 줬다고 속인다. 차익으로 남긴 100억원은 무기 중개업자를 중심으로 권력자와 조력자들이 나눠 갖는다. 국가는 100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국민들은 그 만큼의 복지 혜택 기회를 잃게 된다.

 

최근 불거진 통영함 납품 비리는 방위산업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 2억원짜리 성능미달 음파 탐지기를 40억원으로 속였고, 이 과정에서 전직 군 간부와 방위사업청 간부가 뇌물을 주고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18일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이 물러나고 전 청장인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까지 경질됐지만, 방산 비리에 대한 수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최정예 합동수사단 출범

 

정부는 21일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비리 합동수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검찰이 감사원과 경찰, 관세청, 국세청 등 관계기관의 정예 인력 100여명으로 합동수사단을 꾸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과 군납 비리는 명백한 이적행위"라며 범정부 대책을 마련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각 부처에서 가장 유능한 비리 수사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 최소 6개월 이상 집중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수사단장을 맡은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지난해 원전비리를 비롯해 BBK 의혹 등을 지휘한 '특수통'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리 수사를 담당했다는 점도 특이한 이력이다.

 

합동수사단은 통영함 외에도 방위산업의 전반의 납품 과정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무기 거래 내역에 대한 사실 확인과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에 나서는 한편, 방위사업청과 무기 중개업자, 방위산업체의 인적 네트워크까지 면밀하게 체크하게 된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각종 무기의 실제 거래 대금을 확인하면서 방위사업청과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부적절한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를 볼 것"이라며 "조세회피처의 차명계좌로 비자금과 뇌물이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세수 부족의 고육책인가

 

방위산업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율곡비리'에 이어 선글라스로 유명세를 탄 '린다 김' 로비 사건은 대표적인 방산 비리의 전형이었다. 급기야 2006년에는 방위사업청이 신설되면서 비리를 뿌리뽑자는 의지를 다졌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삼성테크윈, STX엔진 등 대기업 관련 방위산업체들의 비리가 밝혀지기도 했다. 3년 전에도 방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수사 도중에 LIG넥스원의 전 대표이사가 자살하면서 흐지부지 종결됐다.

 

이번 범정부 합동수사단 출범은 3년 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최악의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국방예산의 낭비를 한 푼이라도 줄여보자는 의지도 엿보인다. 국민적 공분을 사는 어설픈 증세보다 더욱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MB 정부 실세들 '초긴장'

 

칡뿌리처럼 얽힌 비리 연루자들이 어디까지 밝혀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해 이후 청장을 이어받은 기획재정부 출신 노대래·이용걸 전 청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장 전 청장은 조달청장 시절 함바 비리로 불명예 퇴진한 전례가 있다. 노 전 청장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통영함 비리의 책임을 져야 할 인물로 꼽았고,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을 지낸 황기철 해군참모총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을 쥐었던 인물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영함을 둘러싼 납품 청탁과 뇌물 수수는 2008년에 진행됐는데, 이후의 방산 비리를 추적하는 것이 합동수사단의 역할이다. 합동수사단의 활동기간은 내년 6월말까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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