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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회계사 회장 자리에 무슨 일이

  • 2016.05.24(화) 09:30

최중경 前 지경부장관 출마설로 후끈

공인회계사들의 대표를 뽑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가 뜻밖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는 물론 정계와 관가에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뜻밖의 인물이 선거에 입후보할 것이라는 얘기 때문입니다. 바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인데요.

최 전 장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전신인 옛 재정경제부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한 정통 경제관료입니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직도 맡았었고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필리핀 대사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올랐던 그가 '인기 없는' 전문자격사 단체 회장에 나선다는 소문이 있으니 놀라운 것이죠.

 


# 인기 없는 자리였는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자리는 실제로 인기가 없는 자립니다. 회계업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끄는 수장 노릇을 하긴 하지만 그냥 명예직이니까요. 임기 2년에 비상임이어서 특별히 보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회장이 되면 기존 조직에서는 제대로 일을 못하기 때문에 수익성만 따지면 마이너스인 자리죠. 그래서 그동안은 회계법인 임원급 '어르신'들이 맡아서 해왔습니다. 

실제로 2년전 선거에서는 입후보자가 없어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자 4년 전에 당선됐던 강성원 현 회장이 연임하는 것으로 결정됐죠. 당시 강 회장도 더는 회장직을 맡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시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인기가 없던 자리가 불과 2년만에 너도나도 하겠다는 자리가 됐습니다. 현재 회계사 회장을 해보겠다는 사람은 4명 정도로 압축되고 있는데요. 최 전 장관을 비롯해 이만우 고려대 교수, 김광윤 아주대 교수, 민만기 회계사(전 회계사회 부회장) 등입니다.
 
# 국회로 가는 지름길?
 
회계사 회장 자리가 갑자기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요. 일부에서는 회계사의 정치적인 위상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회계사는 6명에 이릅니다.
 
회계업계 경력보다는 그냥 회계사 자격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한미회계법인 전 부대표), 유동수 의원(인덕회계법인 인천지점 대표회계사), 새누리당 엄용수 의원(엄용수회계사사무소) 처럼 현역 회계사로 오랫동안 활동한 회계사들이 정치권에 들어갔습니다. 회계사도 충분히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죠.
 
특히 최 전 장관과 같은 전직 관료들은 취업제한 때문에 퇴직 후에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직능단체의 장이라는 감투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회장 감투는 향후 비례대표 의원이나 공천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 전 장관의 출마와 관련해선 자격 논란이 있습니다. 최 전 장관이 회계사 자격증은 있지만, 회계사로서 일한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과연 회계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회계사인 듯 회계사 아닌...
 
최 전 장관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후 3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1년 뒤인 4학년 때 곧바로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회계사시험 합격 이후에 의무화돼 있는 회계사 수습생활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잠시 다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행정고시 합격 시점을 보면 근무 기간은 상당히 짧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MB정부 지경부 장관 시절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회계사 출신이다. 기름값 원가계산을 해보겠다"고 말해, 회계사 이력을 드러내긴 했습니다만 회계사 출신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민망한 부분이 있습니다.
 
장관급이 회장을 맡게 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바로 이웃한 한국세무사회의 경우 지난해 백운찬 전 관세청장이 회장에 당선돼, 세무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데요. 백운찬 세무사회장은 기재부 세제실, 조세심판원 등에서 세무행정을 오래 경험하긴 했지만 출마당시 세무사 경력은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죠. 최 전 장관과 상황이 아주 비슷합니다.
 
백 회장이 세무사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차관급 관료 출신의 영향력을 뽐낸 것처럼 장관급 관료 출신이 회장을 하면 회계사회도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도 일부 있습니다. 전문자격사 경력과 회장의 역량을 비례해서 볼 필요가 없다는 논리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가 회장을 하겠다고 후보등록을 한 것도 아니고요. 회계사회 회장선거 후보등록은 오는 28일부텁니다. 후보자 명단에 '최중경'이라는 이름이 들어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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