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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세금소송 이겼지만 '뒷목 잡는' 이유

  • 2019.02.13(수) 17:18

2013년 법인세 8720억 추징…300억 환급뒤 380억 추가소송전
1심법원 5개 쟁점 중 2개만 인정…부당 부과분만 재산정 판결

농협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가 과세당국과 맞붙은 세금 송사(訟事)에서 이겼지만 손이 뒷목으로 올라갈 법 하다. 400억원 가까이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1심법원이 농협중앙회의 일부 주장에만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온전히 돌려받기는 다 글러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8720억으로 촉발된 소송전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농협중앙회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농협중앙회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마디로 국세청 처분 중 ‘일부’만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소송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3년 5~10월 6개월에 걸쳐 농협중앙회에 대한 법인세제 통합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1월 2008~2011년의 4개년도에 대한 법인세를 추징했다. 자그마치 총 8728억원이다.

농협중앙회는 곧이곧대로 수긍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과세금에 대해 인정하기는 했지만 일부 사안의 경우 국세청이 세법을 잘못 적용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우선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조세심판원이 농협중앙회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이면서 298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2017년 1월 남아 있는 8430억원 중 378억원에 대해서는 과세에 일부 하자가 있다며 본격적인 소송전에 들어갔다.

# 5개 쟁점 놓고 치고받는 농협 vs 당국

맨 먼저 농협중앙회가 회원인 지역조합에 지급한 재공제이익수수료가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영업비용인지다.

농협 각 지역조합은 개인회원들로부터 공제료를 받고 사고발생시 공제금을 주는 공제계약을 맺는다. 이 때 공제책임을 다시 부담하는 재공제계약을 농협중앙회와 체결하고 있다. 재보험과 유사한 형태다. 농협중앙회는 재공제사업에서 생긴 이익 일부를 재공제이익수수료 명목으로 회원조합에 다시 배분한다.

농협중앙회는 재공제이익수수료를 영업비용으로 손금산입(비용처리)해서 세금을 적게 냈다. 반면 국세청은 재공제이익 자체가 과세대상인 잉여금이어서 손금불산입돼야 한다며 법인세를 때렸다.

다음으로 농협중앙회가 채무자의 이자를 깎아준 것이 비용으로 인정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농협중앙회는 2008~2011년 62명의 채무자에게 약 110억원의 이자를 감면해주고 전액 비용처리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채무자와의 거래를 원만하게 할 목적의 접대비로 처리해야 한다며 접대비한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겼다.

이유 또 있다. 2008년에 있었던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계약도 문제였다. 계약을 맺은 A중공업이 금융위기로 선박인도 일정을 못맞추고 건조계약마저 해지되자 농협중앙회가 A중공업이 선수금으로 받은 1912억원과 환급가산금 22억원을 외국선주사에 대신 지급한 데서 비롯됐다. 국세청은 이 중 환급가산금의 경우 외국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이기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법인세를 원천징수하고 줬어야 했다며 원천징수세금을 추징했다.

1심 재판부의 결정은 농협중앙회로서는 영 찜찜했다. 5개 쟁점 중 이 3가지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세청의 과세방침이 옳다고 봤다. 농협중앙회로서는 손이 뒷목으로 올라갈 법한 결정이다.

# 2가지만 인정받은 농협 ‘뻘쭘’

즉, 재판부는 IFRS 도입 시스템 개발팀의 인건비 처리와 또 공과금수납기 리스료 문제만 농협중앙회의 손을 들어줬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시스템 개발비의 세무처리 문제다. 농협중앙회는 K-IFRS 시스템 도입을 위해 농협중앙회 소속직원들로 구성된 시스템개발팀을 꾸렸고 인건비를 영업비용으로 처리했다. 반면 국세청은 시스템 개발비의 경우 무형자산 개발비로 계상한 후 감가상각해야하기 때문에 감가상각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법인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농협중앙회가 2009~2011년 사이 전국 지역조합에 설치한 1864대의 공과금수납기도 쟁점이 됐다. 농협중앙회는 금융리스방식으로 공과금수납기를 설치해 주면서 49억원의 리스료를 지불했다. 농협중앙회는 이 리스료를 영업비용으로 처리했지만, 국세청은 지역조합과의 거래관계를 위한 접대비라고 봤다. 역시 한도초과 부분에 대한 세금이 부과됐다.

다만 재판부는 농협중앙회의 주장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과세관청이 실제 정당한 세액을 새로 계산하도록 했다. 농협중앙회가 이의를 제기한 378억원에 대해 부당하게 부과된 부문만 국세청이 다시 매겨 돌려줄 것은 돌려주라는 것이 이번 농협중앙회 일부승소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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