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리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리뷰는 일방적인 장점만 나열된 제품 설명과 달리, 단점까지 접할 수 있어 옥석을 가려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유용한 정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경쟁업체의 폄훼나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악평이나 실제 제품을 체험하지도 않고 돈을 받아 작성한 호평 일색의 리뷰 등이 문제다. 돈을 받고 가짜 리뷰를 전문적으로 올리는 업체까지 등장한 상태다.
이에 유통업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리뷰감별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정 기간동안 쌓인 가짜 리뷰를 통해 누적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리뷰의 진위를 판별하게 하는 기술이다. 실구매자들에게만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주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해야만 리뷰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 유통업계, 가짜리뷰 사전 감별 시스템 도입
최근 배달의민족은 허위로 의심되는 리뷰를 사전에 자동 탐지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이미 등록한 리뷰를 분석해 가짜 리뷰로 판단되면 이를 삭제하는 사후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리뷰를 등록하는 단계에서 곧바로 진위여부를 판단하게 됐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인공지능 덕분이다. 리뷰를 작성하고 등록버튼을 누르면 동시에 배민의 AI가 해당 이용자의 이전 주문 기록과 앱 이용 현황 등을 참고해 비정상적인 패턴이 있는지를 감지한다. 허위나 조작이 의심되는 리뷰는 바로 등록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노출이 제한된다. 그동안 전담 인력이 리뷰를 추가 검수한 뒤 24시간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한다.
리뷰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AI 기술을 활용한 가짜 리뷰 색출에 한창이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상품과 관련 없는 이미지나 의미가 불명확한 텍스트 등으로 사용된 리뷰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 음란물과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리뷰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단하고 있다.
11번가는 동영상 리뷰를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11번가가 운영하는 동영상 리뷰 플랫폼 '꾹꾹’은 올라온 동영상 리뷰를 프레임으로 나눠 특정 색상이나 형태를 추출해 음란성이나 유해성이 있는 리뷰를 걸러내고 있다. 11번가는 '꾹꾹'을 광고와 상관없는 양질의 리뷰어를 육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실제로 제품을 구매자 사람만 리뷰를 작성하도록 해 가짜 리뷰를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악평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실제 구매자를 이용한 광고성 호평은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네이버는 가짜 리뷰가 작성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FDS(사기방지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판매자와 구매자와의 관계와 비정상적인 패턴 등을 분석, 리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SSG닷컴은 아직 가짜 리뷰에 대한 방지책은 없지만 현재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관련 기술 적용을 위한 검토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AI를 통해 부정적인 리뷰라고 판단되면 사전에 업로드를 차단하는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짜리뷰 전문업체 기승…작성법도 강의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가짜 리뷰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가짜 리뷰 자체가 배달앱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용이 급증한 배달앱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주문이 늘어나다보니 가짜 리뷰도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배민에 따르면 조작에 의해 작성된 리뷰 삭제와 리뷰 조작 의심 아이디 차단 등의 조치가 지난 2019년 약 2만 건에서 2020년 상반기에만 약 7만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배민은 부정거래감시팀이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어 지난 8~9월 가짜 리뷰를 찾아내기 위해 진행한 집중 모니터링을 펼쳤다. 이 기간동안 차단된 리뷰는 2000여 가게에서 2만 5000건 이상이다.
이처럼 가짜 리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리뷰를 조작하는 일부 마케팅 대행사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음식배달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과 포털사이트의 지도 서비스 등이 모두 가짜 리뷰 전문업체의 대상이다. 이런 업체들은 돈을 받고 쇼핑몰에 접속해 상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거나, 지도 서비스에 표시된 해당 업체에 대한 리플 등을 통해 전문적으로 평가를 조작한다. 돈을 받고 블로그나 포스트 등을 활용해 가짜 리뷰를 남기기도 한다.
이런 업체를 이용할 경우 약 5000원이면 경쟁업체에 대한 나쁜 평을 올리거나 본인의 업체에 좋은 평을 짧게 한 줄 남길 수 있다. 10만~20만원 정도면 단순 리플이 아니라 블로그나 포스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업체들은 기업형으로 진화 중이다. 최근 가짜 리뷰 전문 업체들은 광고성 리뷰를 올리는 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수강료를 받고 오프라인 강의도 진행하는 한편 동영상 강의 콘텐츠까지 만들어 아르바이트생을 육성하고 있다. 확인 결과 일부 업체의 경우 정상적인 쇼핑몰 운영교육 전문업체로 둔갑해 교육청 등으로부터 수강료 환급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제품설명보다 리뷰를 보고 제품을 선택한다는 고객이 많았으나 최근 가짜 리뷰가 너무 많아져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던 상황"이라며 "최근 가짜리뷰가 급격히 늘면서 쇼핑몰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 강경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