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네이버의 멤버십 회원수 확보 경쟁이 치열합니다. 두 곳 모두 목표는 1000만명입니다. 각자 차별화된 혜택을 내세우며 경쟁우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경전도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멤버십 회원 수입니다. 쿠팡 등 업계는 네이버가 '누적 기준'으로 멤버십 회원 숫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네이버는 멤버십 특성에 따른 것일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네이버는 멤버십 서비스 네이버플러스의 누적 회원 수가 8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에는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네이버의 기세는 놀랍습니다. 네이버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늦은 지난 2020년 6월 네이버플러스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플러스는 수 년만에 회원 수 300만명인 SSG닷컴의 스마일클럽을 제쳤습니다. 이제는 900만명의 쿠팡 와우멤버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여기에 눈속임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멤버십 회원 수 집계는 '누적 기준'이라는 겁니다. 뭔가 아리송한 단어에 감이 잘 안 오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누적 기준'은 탈퇴한 회원과 한 계정당 다중 사용자까지 합친 수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무료 체험 회원도 포함됩니다. 현재 네이버는 멤버십 한 계정당 4명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가입 첫 달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입니다. 누적 기준은 이들을 다 합산한 숫자입니다.
사실 네이버의 '누적 기준'은 한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멤버십 매출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네이버의 멤버십 매출은 236억원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매출과 실제 회원 수의 간극이 크다고 봤습니다. 네이버플러스는 월 4900원의 월간 이용권과 연 4만6800원의 연간 이용권이 있습니다. 회원 수를 700만~8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매출은 적어도 236억원 보다 훨씬 높아야 합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네이버가 숫자를 부풀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사용자와 누적 회원 수는 엄연히 다르니까요. 와우멤버십의 경우 한 계정당 사용자는 한 명입니다. 네이버와 달리 부풀릴 수단(?)이 없는 셈입니다. 스마일클럽도 한 계정당 한 명의 사용자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쿠팡, SSG닷컴은 네이버와의 멤버십 비교를 불편해합니다. 기준이 달라 같은 비교 선상에 놓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업계는 네이버 멤버십의 실제 가입자 수를 3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이 차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숫자만 보면 네이버 멤버십이 금세 쿠팡을 따라잡은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누적인지, 실사용자인지 관심 없습니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숫자 뿐입니다. 네이버는 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애초 네이버의 멤버십 전략은 '다수에게 많은 멤버십 경험을 주자'였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전략입니다. 이는 네이버 서비스의 특성 때문입니다. 웹툰과 클라우드 등 여러 사람이 공유하기 좋은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딱히 서비스를 공유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나빠지지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처음부터 '4인 가족'을 타깃으로 멤버십을 설계했던 이유입니다. 이들을 카운트하지 않는 것은 네이버 입장에서 손해입니다.
사실 누적 기준은 여러 플랫폼에서 쓰이는 기준입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도 '전 국민 절반이 쓰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역시 누적 집계를 기준으로 한 겁니다. 이처럼 누적 기준은 신빙성이 없는 수치가 아닙니다. 그만큼 사용 경험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수익과 연결되는 지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의 멤버십 경쟁은 치열합니다. 멤버십 회원 수가 곧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됐습니다. 멤버십 서비스 특성상 동시에 두 곳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한 곳에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혜택이 크기 때문입니다. 과거 소비자들은 가격을 기준으로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옮겨 다녔습니다. 하지만 멤버십 서비스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멤버십 경쟁에서 승리해야 이커머스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경쟁사들은 네이버가 꼼수를 부린다고 할 수 있지만 네이버는 후발주자로서 맞불경쟁을 피해간 셈입니다. 돈을 내는 실질 회원 수가 300만명일지라도 혜택을 누리는 이는 800만명일 수 있으니까요. 멤버십 회원을 늘리기 위한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입니다. 혜택이 더욱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와우멤버십과 스마일클럽이 네이버플러스처럼 다중 사용자를 허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네이버의 누적 기준을 어떻게 보시나요? 꼼수일까요. 전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