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아낄 수 있는 '꿀팁'을 전문가들이 직접 소개합니다. 복잡한 세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궁금한 내용만 쏙쏙 전해드립니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절세 전략을 찾아보세요. [편집자]
부모님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농사 짓던 땅을 물려받게 되면 고민이 되죠. 특히 도시에 사는 자녀라면 당장 농사를 짓기 어려운데요. 그렇다고 덜컥 팔았다가는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농지는 언제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큽니다.
당장 농지를 파는 게 좋을지 훗날 귀농을 대비해 보유하는 게 좋을지 상속 농지의 절세방법을 오혜숙 덕산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에게 들어봤습니다.
▲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 상속 받은 농지를 팔 때 주의할 점은
▲ 우선 상속재산의 이전등기를 서두르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상속에는 가족관계 등 복잡한 문제가 따르지만 세금측면에서만 본다면 당장의 상속세 뿐 아니라 추후 양도소득세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상속인 중에서 누가 어떤 재산을 물려 받는 게 유리한지, 단독상속이 유리한지 공동상속이 유리한지 등을 전문가와 충분히 검토한 후에 상속등기를 해야 합니다.
등기부터 덜컥 해놓게 되면 나중에 상속인이 바뀔 경우 변경등기에 따른 취득세를 내야하고, 추가로 증여세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주어진 기간인 상속개시일(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이후 6개월을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경황이 없더라도 상속발생 당시에 (망자가) 농사를 지었다는 각종 증빙을 되도록 빨리 잘 챙겨두라는 겁니다. 나중에 유품이 다 정리되고나서 뒤늦게 찾으려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어요. 농지원부, 조합원증명원, 자경농지사실확인서, 추곡수매확인서 등 그 지역에 거주(재촌)하면서 스스로 농사(자경)를 지었다는 증빙서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나중에 서류가 부족해 세금감면 혜택을 못받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 농지의 세금감면 혜택은 어떤 것이 있나요
▲ 토지는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농지는 농사 짓는 용도로 썼으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돼 여러 필지를 보유하더라도 중과세가 되지 않아요. 비사업용 토지에는 일반 세율에 10%포인트를 추가해 세금을 매기거든요.
또 8년 동안 재촌자경한 농지는 양도할 때 낼 양도세에서 1억원까지 빼주는데요. 과세표준인 양도차액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세금을 1억원까지 깎아주니까 상당히 큰 혜택이죠. 다만 여러 필지를 같은 '과세기간'에 양도했을 때에는 합산해서 감면액을 계산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되겠습니다. 양도시점을 기점으로 역산해서 1과세기간 내에 양도된 토지의 양도세를 합해서 1억원까지 감면하는데 최대 5과세기간 내에서는 3억원까지만 양도세를 깎아줍니다. 5과세기간이 넘어가면 합산하지 않고요.
여기서 1과세기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365일의 1년과는 다릅니다. 양도세는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 사이를 하나의 과세기간으로 보는데, 1월 1일에 팔거나 6월 15일에 팔거나 12월 31일에 팔거나 동일연도에 여러 번 팔았다면 모두 합산해서 1억원까지만 양도세를 빼준다는 거죠.
예를 들어 8년 재촌자경 요건을 갖춘 토지를 2017년 5월 23일에 양도해서 양도소득세 3억원이 나왔다면 기본적으로는 1억원을 감면 받아 2억원만 내면 되지만 같은 과세기간인 2017년 4월 23일에 이미 또 다른 필지의 재촌자경 농지를 양도해 1억원의 양도세를 감면 받았다면 한 달 뒤인 5월 23일에 양도한 필지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감면 받지 못한다는 거죠.
이 때 과세기간이 다른 2015년에 1억원, 2016년에 1억원을 감면 받은 것은 합산되지 않는데요. 하지만 양도일 이전 최대 5과세기간 내에 양도된 것은 3억원까지만 감면되는 제한도 있기 때문에 2014, 2015, 2016년에 각각 1억원씩 감면 받은 적이 있다면 최근 5과세기간 내에 3억원을 모두 감면 받았기 때문에 2017년에는 4월이든 5월이든 모두 감면을 못받습니다. 물론 5과세기간 한도를 벗어나는 것은 합산되지 않아서 2012년 이전에 감면받았던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죠.
- 과세기간 요건을 활용해도 되겠네요
▲ 그렇습니다. 그 차이를 이용해서 절세할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8년 자경요건을 갖춘 상속 받은 땅이 3필지이고 한꺼번에 양도해 양도세 3억원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1억원만 감면받고 2억원의 세금을 내야 할 텐데요. 이걸 과세기간마다 한 필지씩 나눠서 팔면 각각의 필지에서 1억원씩 감면 받을 수 있죠. 3필지 양도가액이 비슷하다면 3억원 전액을 감면 받을 수 있어요.
또 상속인이 여러명이라면 단독으로 상속 받지 말고 3명이 1필지씩 나눠서 상속 받은 후 각자 양도하면 마찬가지로 3억원의 양도세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죠.
- 상속 받은 농지는 아무때나 팔아도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 아닙니다. 8년 자경농지라도 양도 시점이 중요합니다. 만약 8년 자경요건을 갖춘 농지를 물려받았다면 3년 이내에 팔아야만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어요. 혹시 상속인이 농사 지을 생각이 없다면 3년 내에 팔아야 절세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그냥 보유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 단순히 장기간 보유만 하면 비사업용 토지로 간주돼 일반세율에 10%포인트가 추가됩니다. 중과세를 피하려면 팔기 전에 최소 2년 동안 농사를 지어 사업용 토지로 인정 받으면 됩니다. 사업용 토지의 인정기준은 몇가지 공식이 있는데요. 양도직전 3년 중 2년, 양도직전 5년 중 3년간 사업용으로 쓰거나 전체 보유기간 중 60%를 사업용으로 쓰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해줍니다.
- 농사를 지은 지 8년이 안된 땅을 물려받으면
▲ 경작기간은 연속되지 않아도 합산해서 계산합니다. 아버지가 7년간 재촌자경했다면 아들이 같은 땅에서 1년만 재촌자경하면 8년 자경농지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두 기간 사이에 공백이 있어도 합산됩니다.
- 상속세와 양도세를 함께보라고 했는데 또다른 절세포인트는
▲ 상속세 부담이 크지 않다면 공시지가로 신고납부하지 말고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상속재산의 평가원칙은 시가인데 아파트와 달리 토지는 동일한 실제거래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세법에서는 이런 경우 2곳 이상의 감정평가를 평균내거나 그것도 없으면 공시지가로 평가하게 돼 있죠.
농지도 상속당시에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상속세를 내게 될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취득가격이 너무 낮아져서 나중에 양도할 때 양도세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당장의 상속세 부담이 크지 않다면 미래의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감정평가를 받아서 신고납부하면 양도세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양도차액을 줄이는 것이 절세방법이죠.
- 필요경비가 있으면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는데
▲ 상속 당시에 납부한 취득세, 법무사수수료, 그리고 취득 및 양도 당시에 지급한 공인중개사 수수료 등은 필요경비로 양도차익에서 공제됩니다. 하지만 상속 당시에 납부한 상속세나 상속세 신고를 위한 감정평가 수수료, 보유기간동안 납부한 재산세 등은 공제되지 않아요.
또 토지를 미리 분할해 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토지분할을 위한 측량수수료는 비용으로 인정되고, 용도변경으로 토지의 가치가 올라간 경우 용도변경을 위해 들어간 비용도 인정됩니다.
▲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