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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캔뚜껑에서 찾아낸 로열티 금맥

  • 2016.08.30(화) 11:45

개봉 뒤 다시 닫을 수 있는 캔뚜껑 개발
특허 앞세워 연간 31조원 캔시장 도전장

"이거 만들려고 그만둔 거야? 다시 돌아와."

지난 2010년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서진혁(43) XRE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은 시제품을 들고 옛 직장동료를 찾았을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내민 건 나무로 만든 원판에 알루미늄 따개(손잡이)와 동그란 덮개(닫힘판) 하나를 달랑 고정시켜놓은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뒤 전국의 금형공장을 샅샅이 뒤져 시제품이라 부를 만한 것을 만들기까지 1년이 더 걸렸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롯데액셀러레이터 사무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지난날의 흔적이 담긴 시제품을 탁자 위에 늘어놓으며 개발과정에 얽힌 사연을 풀어냈다. XRE는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지원 대상에 포함돼 올해 안에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서진혁 XRE 대표가 재밀봉이 가능한 캔뚜껑을 설명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서 대표가 푹 빠진 사업영역은 캔뚜껑이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두산테크팩(현 테크팩솔루션)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캔·PET·유리병을 해외 음료회사 등에 납품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해외시장을 둘러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캔음료의 대부분은 한 번 따면 다시 닫을 수 없다. 그걸 다시 닫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캔 속으로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도 막고, 들고 다니기 편하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재밀봉이 가능한 캔뚜껑이다. 기존 제품들은 한번 따면 끝이지만, 서 대표는 따개(tab)와 마개(score) 사이에 동그란 덮개(cover)를 달아 이 덮개가 캔입구를 다시 막을 수 있게 했다. 단순해보여도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일본에서 특허를 받은 기술이다.
 

▲ 서 대표가 개봉한 캔을 덮개로 막은 뒤 거꾸로 들어올렸다.(사진 위) 물이 새지 않았다. 캔을 개봉한 상태(사진 왼쪽 아래)에서 따개(손잡이)를 한쪽으로 돌리면 따개와 붙어 있는 빨간색 덮개가 캔 입구를 막아주기 때문이다.(사진 오른쪽 아래) /이명근 기자 qwe123@


-음료수 뚜껑이 거기서 거기 같은데, 굳이 재밀봉이 가능한 캔뚜껑이 필요한가.

"지금 쓰는 캔뚜껑은 1975년,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에 개발됐다. 그래서 처음부터 캔뚜껑은 이런 모양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소비자들도 당장 큰 불편이 없고 워낙 익숙하다보니 캔뚜껑은 으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실수로 캔을 건드려 음료를 바닥에 쏟거나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갈까봐 찜찜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씩 갖고 있지 않나. 요즘 나오는 캔은 용량이 커서 한 번에 다 마시기 어려운 문제도 있고…. 이럴 때 우리 제품이 유용할 것이라고 봤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 생산현장에 그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기존의 생산설비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면 누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 하겠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나온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차원에 그친 게 많았다. 독일에서 재밀봉이 가능한 제품이 나왔지만 뚜껑이 플라스틱으로 돼있다. 이런 제품은 단가가 비싸고 고온살균이 필요한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캔커피 중 알루미늄캔인데 병모양이고, 뚜껑으로 여닫게 한 제품이 있다. 재밀봉이 가능한 제품은 이미 상용화된 것 아닌가.

"그런 캔을 보틀캔(bottle can)이라고 한다. 완전히 새로운 설비를 들여와 만든 것으로 보면 된다. 똑같은 내용물이더라도 이를 새로운 용기에 담으려면 캔 만드는 설비부터 필러(내용물을 주입하는 기계)까지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런 설비를 갖추는데만 몇백억원이 든다.
그렇다보니 캔커피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고….

 

보틀캔은 캔 하나의 단가가 300원 가량이다. 그에 비해 우리가 내놓은 캔뚜껑은 기존의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캔 하나의 단가가 110원 정도인데, 우리 기술을 적용하면 단가가 2원 가량 상승한다. 보틀캔에 비하면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이다."

 

▲ 서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캔뚜껑은 기존 설비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이명근 기자 qwe123@

 
서 대표는 아내에게 2년만 시간을 달라며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시간이 6년이 흘렀다.

-계획보다 늦어진 것 아닌가.
 

"캔뚜껑 제조설비를 만드는 곳에 의뢰했더니 그런 캔뚜껑은 다들 못 만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간단해 보이는 캔뚜껑이지만 따개와 마개, 덮개를 동시에 찍어내는 기계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중국의 정밀장비제조업체인 SLAC에서 만들어보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만든 설비는 1분에 600개씩 재밀봉이 가능한 캔뚜껑을 생산한다.

 

이런 설비를 갖추는데 10억원 정도 들었다. 이후 시제품을 들고 음료회사와 맥주회사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다. 공통된 답변이 아이디어는 좋은데 다른 곳에서도 쓰고 있는지를 묻더라. 어떤 곳은 특허권만 넘기라는 데도 있었고…. 그런데 우리는 스타트업 아닌가. 누군가 먼저 우리 제품을 써줄 곳이 필요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쓰면 우리도 검토하겠다는 식이어서 적잖이 힘들었다. "

-그러던 차에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는 얘긴가.

"사실 더 이상 안되면 중국에서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 어디선가 우리 제품을 써줘야 하는데 국내에선 써줄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우리 제품이 먹힐 것으로 봤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되면 캔음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지금의 중국이 그렇다. 이런 고민 중일 때 롯데와 협력이 이뤄졌다. 우리 입장에선 퍼스트 펭귄(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기업을 일컫는 말)이 나타난 거다."

글로벌 캔 제조사인 렉삼(Rexam)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생산된 캔음료는 3200억개, 시장규모만 31조원에 달한다. 국내 소비량은 65억개(매출액 기준 7000억원), 이 가운데 3분의 1이 롯데칠성음료 제품이다. XRE는 롯데로부터 재밀봉이 가능한 캔 하나당 1원을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현재 우리가 특허를 낸 국가에 거주하는 인구가 47억명이다. 전세계 70억 인구 중 약 70%를 커버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18년 국내 캔뚜껑 시장의 30%, 2022년에는 세계시장의 30%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우리는 퀄컴처럼 로열티를 받는 회사를 꿈꾼다. 매년 1000억캔에 우리의 특허가 적용된다면 1원만 받아도 1000억원이다. 국내시장에서 성공한다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 서진혁 대표는?

1973년 출생.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나왔다. 졸업 당시 IMF 외환위기가 터져 합격통지를 받고도 출근하지 못한 비운의 세대 중 한명이다. 그러던 중 대학시절 알게 된 러시아 친구의 소개로 중고차 판매업을 시작했다. 원화가치가 급락한 바람을 타고 러시아와 중동 바이어들이 한국의 중고차를 사려고 몰려들던 때다. 서 대표는 "그때처럼 많은 돈을 벌었던 때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업을 접었다.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서 대표가 캔에 대해 관심을 둔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두산테크팩 해외영업부 소속이었던 그는 일본 음료회사를 상대했다. 캔제품 일부에서 문제라도 발견되면 그 원인과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장가동을 멈추는 깐깐한 회사였다고 한다. 그는 바이어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캔의 기초부터 공부했다. 2010년 특허를 받을 땐 변리사인 친구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회사이름 XRE는 '재닫힘이 가능한 캔뚜껑'(Xtra Reclosable Easy Open End)'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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