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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고 미리 팔고…유통업계가 달라졌어요!

  • 2018.04.19(목) 15:37

CJ, 일감 몰아주기 규제 우회 '의혹' 계열사 매각
현대백화점, 오너 형제 사재 털어 순환출자 해소

유통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을 여지가 있는 사업을 매각하고, 오너가 사재를 털어 순환출자 해소에 나서는 등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부나 시민단체가 강하게 압박에 나선 후에야 '곧 해결하겠다'는 시늉만 하다가 실제 행동은 지지부진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 달라진 풍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데다 '재벌 저격수'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밀어붙이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이 알아서 미리미리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CJ, 오너 일가가 보유한 자회사 매각

CJ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SG생활안전의 무인경비사업 부문을 다음 달 KT텔레캅에 매각하기로 했다. 또 인력경비사업 부문은 CJ그룹 계열인 CJ텔레닉스에 매각해 경비 관련 사업을 모두 정리한다.

SG생활안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씨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100% 자회사다. 이 업체는 CJ그룹 계열사 경비업무를 대부분 맡아왔다.

CJ그룹이 SG생활안전의 경비사업을 정리한 건 표면적으론 '경영 효율성 제고' 목적이 강하다. 실제로 SG생활안전의 지난해 실적은 썩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2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 역시 48억원에 달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 이명근 기자


CJ그룹은 아울러 일부에서 제기된 '우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SG생활안전이 내부거래로 거둔 매출은 209억원으로 전체 매출 653억원의 30%에 달했다.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일정 수준(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인 계열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계열 내부거래 매출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의 12%를 넘으면 현행법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SG생활안전의 경우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하지 않고,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어 규제 대상은 아니다. 당장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정리한 셈이다.

CJ그룹은 앞서 지난달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던 조이렌터카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도 했다.

◇ 현대百은 오너 사재로 순환출자 해소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그룹도 선제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직접 계열사 간 지분 매입과 매각을 통해 기존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었다.


특히 두 형제가 각각 은행 차입과 보유 지분 매각 등으로 사재를 출연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다른 재벌 기업과 비교하면 이미 단순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도 오너가 직접 나서서 모범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통 대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우선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주주권익 강화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높아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과 무관치 않다. 아무래도 내수 위주로 경영하는 유통기업들이 공정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문제가 될 수 있는 계열사의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계열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근 재벌 대기업에 이어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분위기"라며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미리 해결해놓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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