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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CJ·네이버, 서로에게 등을 내밀다

  • 2020.10.27(화) 11:24

CJ그룹·네이버 지분 맞교환…시너지 극대화
물류·콘텐츠 제작·유통 등에서 협업 모색

가끔 등이 간지러울 때가 있습니다. 손이 닿지를 않습니다. 미칠 노릇입니다. 유연하지 못한 몸뚱아리를 탓하기에는 가려움의 정도가 너무 큽니다. 가끔은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서둘러 효자손을 찾습니다. 벅벅 긁어봅니다. 시원한 것은 순간일 뿐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긁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거기 거기" "아니 거기 말고 좀 더 아래". 가려운 등을 긁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소문으로만 돌던 CJ그룹과 네이버의 지분 맞교환이 이뤄졌습니다. CJ그룹과 네이버의 지분 맞교환은 업계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양측의 지분 맞교환의 이유가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 이유도 충분히 수긍할 만했습니다. 다만 시기가 언제인지, 어떤 방식으로 교환할지 등 세부사항만 전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큰 그림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죠.

이제 지분 맞교환의 내용이 드러났습니다. 다음은 왜 지분을 맞교환했는지 알아봐야 할 겁니다. 이번 지분 맞교환의 핵심은 '서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물류와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CJ그룹은 국내 최대 포털업체를 우군(友軍)으로 삼음과 동시에 물류 부문에 있어서 확실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양측 모두 약점으로 꼽히던 곳을 해결한 셈입니다.

우선 CJ그룹의 입장에서 살펴보죠. CJ그룹은 이번 지분 교환에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을 참여시켰습니다. 각각 물류와 콘텐츠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유독 이 세 곳을 참여시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네이버와의 협업을 연두에 둔 겁니다. 이번 지분 교환으로  CJ대한통운은 0.64%, CJ ENM은 0.32%, 스튜디오드래곤은 0.32%의 네이버 지분을 각각 갖게 됐습니다. 네이버의 주주가 된 겁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확실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해있는 업체들의 배송을 담당할 수 있어서입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는 약 36만여 개의 업체가 입점해있습니다. CJ대한통운으로서는 고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침 네이버는 최근 이커머스 부문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쇼핑이 대표적입니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는 그동안 축적해온 각종 빅데이터와 고객들의 구매 성향 등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부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분야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배송입니다. 배송에 고민이 많았던 네이버는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을 내세운 점도 눈여겨볼만합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모두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CJ ENM은 영화·예능·디지털 콘텐츠에,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제작이 강점입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앞으로 네이버 웹툰 지식 재산권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네이버와 협업을 통한 영상 콘텐츠 제작·유통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CJ그룹이 왜 이들 계열사들을 앞세워 네이버와 손을 잡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졌을 겁니다. CJ그룹은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와 콘텐츠 부문에 있어서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초석을 다졌습니다. 특히 콘텐츠 부문에 있어서는 유무형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확보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가공해 유통할지는 앞으로 CJ그룹과 네이버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겁니다.

그럼 이제 네이버의 입장에서 알아볼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네이버는 최근 이커머스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시장을 열어두고 중개만 한 정도라면 이젠 직접 나서겠다는 액션을 취한 겁니다. 그런데 늘 마음속 돌덩이처럼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배송입니다. 지금까지 네이버 입점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택배사와 계약을 맺어 배송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배송의 불안정성이 늘 문제였죠.

하지만 이제 그런 문제들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택배업체 1위인 CJ대한통운이 네이버의 물류를 전담할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네이버는 앞으로 CJ대한통운이 제공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물류기업이 소비자의 주문을 수집해 제품을 선별, 포장, 배송까지 일괄 담당하는 것을 말합니다. 통상 24시간 내 모든 절차가 완료되죠.

이렇게 되면 그동안 네이버가 쿠팡이나 그 밖의 물류 시스템을 갖춘 대형 유통 업체들에 비해 약점으로 지목돼왔던 물류와 배송 부문이 크게 보완됩니다. 네이버로서는 큰 힘을 갖게 되는 겁니다. 쿠팡이 단기간 내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물류와 배송의 힘이 컸습니다. '로켓배송'은 지금도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입니다. 네이버도 이젠 쿠팡에 견줄만한 물류 처리 속도와 배송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겁니다.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는 CJ그룹과의 지분 교환으로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분야에서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더불어 네이버라는 큰 틀 안에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역량 등을 가져와 영화, 드라마, 예능, 디지털 콘텐츠 등의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참 여러모로 그림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맞교환은 네이버가 CJ그룹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는 지분 교환 등을 통한 협업으로 해결해왔습니다. 일종의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의 지분 맞교환입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금융 분야로 진출할 기반을 다졌고 그 열매가 최근 시작한 네이버 파이낸셜입니다. 

CJ그룹과 네이버의 이번 지분 맞교환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비용은 최소화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양측 모두 요철처럼 상호 니즈가 맞아떨어졌습니다. 물류 부문에서는 CJ대한통운의 경우 대형 고객을, 네이버는 상품을 실어 보낼 경로를 확보했습니다. 콘텐츠 부문에서도 제작에는 강하지만 유통에는 약했던 CJ그룹은 네이버라는 든든한 유통망을, 그 반대였던 네이버는 제작 역량을 가져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지분 맞교환은 등이 가려운 CJ그룹과 네이버가 서로에게 등을 내어준 모양새입니다. 네 등을 긁어줄 테니 너도 내 등을 긁어달라고 말이죠. 이제 남은 것은 서로 시원하게 긁어주는 일입니다. 훗날 CJ그룹과 네이버 둘 중 누가 상대의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줬을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둘 다일 수도 아니면 둘 중 하나는 상대의 등이 아닌 속을 긁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느 쪽일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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